# 시즈오카·이즈반도: 느린 여행의 시작
도쿄에서 도카이도 신칸센을 타면, 40분쯤 지나 차창 오른쪽으로 후지산이 모습을 드러내요. 맑은 날이면 눈 덮인 정상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게 보이는데, 그 순간이 바로 시즈오카현(静岡県)에 들어선 신호예요.
시즈오카는 후지산과 태평양 사이에 끼인 현이에요. 덕분에 산쪽에서는 후지산 절경을, 바다쪽에서는 거친 해안 절벽과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요. 특히 반도처럼 태평양으로 뻗어 나간 **이즈반도(伊豆半島)**는 도쿄 사람들이 주말마다 찾는 온천 휴양지인데, 한국 여행자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에요.
**슈젠지 온천(修善寺温泉)**은 이즈반도의 산골에 숨어 있는 1,200년 역사의 온천 마을이에요. 대나무 숲 사이로 흐르는 계곡, 그 위에 놓인 붉은 다리, 이끼 낀 돌담 — 교토의 아라시야마를 축소해놓은 것 같지만, 관광객은 열 분의 일도 안 돼요. 가을 단풍이 계곡에 비칠 때의 풍경은 사진으로는 전할 수 없을 만큼 고요하고 깊어요.
이즈반도의 동쪽 해안에는 **조가사키 해안(城ヶ崎海岸)**이 있어요. 화산 용암이 바다와 만나 만들어낸 거친 절벽을 따라 산책로가 나 있고, 절벽 사이에 놓인 현수교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에메랄드빛 바다가 부서져요.
내륙으로 들어가면 이즈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요. 맑고 차가운 계곡물에서 자라는 **와사비 밭**, 100년 넘은 간장 양조장, 그리고 현지인만 아는 작은 식당에서 먹는 금눈돔(キンメダイ) 조림.
> **가는 방법**: 도쿄역 → 도카이도 신칸센 → 미시마역 약 1시간 (약 4,500엔). 미시마역에서 이즈하코네 철도로 슈젠지까지 약 35분. 이즈 동해안은 JR 이토선 이용.